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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단/정

“장애인이 열차에서 안전하게 내리는 것은 ‘호의’가 아니라 권리다”

by PMN-박준규 2026. 9. 14.

-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박위 KTX 낙상 사건 중심 장애인 미디어 보도 분석

- 개인 논란에 가려진 이동권·접근성…“‘누가 도왔나’보다 ‘왜 도움이 필요했나’ 물어야”
-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미담이 아니라 ‘미담이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대표 성현정)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소장 이용석)는 최근 유튜버 박위의 KTX 휠체어 낙상사고와 CCTV 공개 논란을 중심으로 장애인의 이동과 편의제공이 언론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를 분석한 「장애인의 ‘호의’와 ‘권리’에 대한 미디어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박위 개인의 CCTV 공개 방식과 현장 지원인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논쟁이 장애인의 이동권과 정당한 편의제공 자체를 부정하거나 장애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철도와 버스 등 공공교통에서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승하차 지원과 접근성은 누군가의 특별한 친절이나 선행이 아니라 장애인이 다른 시민과 동등하게 공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 ‘왜 안전하게 내리지 못했나’보다 ‘왜 도와준 사람을 비판했나’에 집중

보고서에 따르면 박위 KTX 사건 초기 보도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열차에서 안전하게 하차하지 못한 원인보다 CCTV 공개 논란과 영상 삭제, 사과, 과거 콘텐츠, 구독자 감소, 강연 취소, 홍보대사 사임 등 박위 개인을 둘러싼 논란과 후폭풍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됐다.

이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는 질문 역시 “왜 휠체어 이용자가 안전하게 하차하지 못했는가”에서 “왜 도움을 제공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는가”로 이동​했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CCTV 공개의 윤리적 문제와 철도 승하차 시스템의 안전성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위의 문제 제기 방식이 적절했는지를 검토하는 동시에 이동형 경사판의 구조와 안전성, 승강장과 차량의 단차, 지원인력의 교육과 업무 매뉴얼, 기관의 안전관리 책임 등 휠체어 이용자가 사고를 당하게 된 구조적 조건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장애인 이동권 보도에서 반복되는 ‘5가지 프레임’

보고서는 장애인 이동권 관련 보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크게 다섯 가지 프레임으로 분석했다.

첫째, 사고의 원인을 장애인이나 현장 직원 개인의 실수와 태도에 집중하는 ‘개인책임 프레임’, 둘째, 장애인의 권리 요구와 비장애 시민의 불편을 대립시키는 ‘갈등·민폐 프레임’, 셋째, 제도적으로 제공돼야 할 편의와 지원을 특별한 친절이나 선행으로 묘사하는 ‘호의·미담 프레임’​이다.

넷째는 특정 장애인의 행동을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집중적으로 다루거나 장애인 전체의 특성으로 확대하는 ‘인물·스캔들 및 집단 일반화 프레임’, 다섯째는 시설·장비·교육·정책·기본권을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권리·구조 프레임’​이다.

센터는 개인의 책임이나 시민의 불편을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의 책임과 갈등만 강조되면서 시설, 장비, 인력, 교육, 예산, 제도와 같은 구조적 원인이 사라질 경우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는 개인의 품행 문제로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도와줬으면 감사해야 한다”…‘권리’를 ‘시혜’로 바꾸는 프레임

보고서는 박위 논란 이후 나타난 “도와줬는데 왜 감사하지 않느냐”​는 식의 반응에도 주목했다.

이러한 주장은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이동지원이 처음부터 누군가의 ‘호의’라는 전제를 갖는다. 그러나 철도역의 휠체어 승하차 지원이나 저상버스 승강설비 운영처럼 장애인이 공공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제공되는 공식적인 지원은 개인의 자발적 선행과 구별해야 한다.

장애인은 이러한 서비스를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서비스가 안전하지 않거나 제대로 제공되지 않을 경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이용자이자 권리의 주체이다.

더욱이 ‘도움을 받았으면 감사해야 한다’는 담론이 반복되면 장애인이 정당한 편의제공을 요구하면서도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위험하고 부적절한 서비스를 경험하고도 ‘갑질하는 장애인으로 보일까’ 우려해 문제 제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박위에 대한 비판과 장애인 혐오는 구분해야

센터는 특정 장애인의 행동에 대한 비판과 장애인 집단 전체에 대한 일반화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위의 CCTV 공개가 과도했다고 평가하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특정 개인의 행동에 대한 평가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장애인을 도와주면 안 된다”, “장애인은 감사할 줄 모른다”​는 식으로 한 사람의 행동을 장애인 집단 전체의 특성으로 확대하는 순간 개인에 대한 비판은 장애인 혐오와 집단 일반화의 문제로 변화한다.

특히 언론이 온라인 댓글이나 커뮤니티 반응을 단순히 ‘누리꾼들의 반응’이라는 이름으로 반복적으로 전달할 경우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혐오표현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 언론사 ‘장애·인권보도 체크리스트’ 도입 제안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이번 분석을 토대로 장애 관련 보도의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우선 언론사가 장애 관련 기사를 보도하기 전에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동정과 도움의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았는지 ▲공공기관의 의무를 개인의 친절이나 선행으로 표현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장애인이나 현장 직원 개인에게만 귀속하지 않았는지 ▲시설·장비·인력·교육·정책 등 구조적 원인을 확인했는지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포함됐는지 ▲특정 장애인의 행동을 장애인 전체로 일반화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장애·인권보도 체크리스트’​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장애인을 단순한 피해사례 제공자가 아니라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와 정책의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전문적인 취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교통기관도 장애인 지원을 ‘친절’ 아닌 ‘표준화된 공공서비스’로

언론보도 개선과 함께 철도·버스 등 교통기관의 변화도 요구했다.

휠체어 승하차 지원, 경사판 설치, 안전 확인, 장애인 이용자와의 의사소통, 사고 발생 시 대응 등이 직원 개인의 경험과 선의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되며, 이를 표준화된 매뉴얼과 안전서비스로 구축하고 정기적인 현장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현장 직원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집중시키기보다 장비 설계, 인력배치, 교육, 매뉴얼, 안전관리 등 기관의 구조적 책임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더 많은 도움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장애인의 권리를 개인의 도덕성과 분리해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이 친절하거나 감사할 때만 편의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이른바 ‘좋은 장애인’에게만 이동권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특정 장애인이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사회적 논란의 당사자가 됐더라도 이동권과 접근성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는 동일하게 보장돼야 한다.

센터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언론은 ‘누가 장애인을 도왔는가’보다 ‘왜 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교통기관 역시 ‘직원이 얼마나 친절하게 도왔는가’보다 ‘장애인이 특별한 도움 없이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이어 “장애인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 사회는 장애인을 돕는 영웅이 많은 사회가 아니라 장애인이 영웅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라며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미담이 아니라 ‘미담이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향후에도 장애 관련 보도에서 개인책임과 구조책임의 비중, 장애인 당사자 취재원의 참여, 권리와 시혜 프레임, 혐오표현 재생산, 정책·제도 설명 및 후속보도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장애인 인권에 기반한 미디어 환경 조성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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